국회 과방위, KT 화재진상규명 청문회... '원인 불명ㆍ대책 모호'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4-18 10: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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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청 조사방해, 참고인 불출석 압력행사, 황제경영 의혹 모르쇠로 일관

KT의 아현지사 통풍구 화재 발생 5개월 만인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여야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11시간만에 종료됐다.


청문회에서 KT의 소방청 조사 방해, 참고인 불출석 외압 행사, 황제 경영 등과 관련된 의혹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당초 논의하지 않기로 했던 KT 채용비리 관련 질문도 등장하면서 고성과 막말도 오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증인 불출석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비례)의원이 "유 장관 출석이 가능한 날로 청문회를 연기해달라"고 요구하자 여야 의원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에 의원들의 본격적인 질의는 1시간 넘게 지연된 오전 11시10분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KT가 화재 원인 규명과 관련해 소방청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도 정상적으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은 조사 방해를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고 답하며 논란을 키웠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소방청이 요구한 현장 출입이나 자료 제출을 거부한 일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소방령은 "요청한 자료는 모두 제출됐다"면서도 "방해 소지가 있는 구체적 사례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KT는 조사 방해 의혹에 전면 반박했다. 황 회장은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모든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과 협조를 하라고 강조해왔다"며 "조사 방해 사실은 이자리에서 처음 듣는다"고 해명했다.


김철수 KT상용직노조 경기지회장의 청문회 불출석 관련 KT 외압 행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오늘 출석이 예정됐던 KT하청업체 김철수 참고인이 불출석했다"며 "주된 이유가 KT의 직간접적 외압으로 참석이 어려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성수 의원은 "김철수 참고인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았다"며 "(황 회장을) 과방위 차원에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의 '황제경영' 논란도 집중포화의 대상이 됐다. 의원들은 KT경영고문단, 구조조정 시행, 억대 성과금 수령 등을 문제 삼았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KT화재의 원인으로 "황회장의 황제경영‧측근경영‧폐쇄경영"을 꼽으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경영고문단) 14명을 위촉해서 나간 돈을 따져보니 20억 가까이 된다"며 황 회장이 경영고문단을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황 회장은 "경영고문 위촉이나 결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비용 절감한다는 이유로 (황 회장) 들어가셔서 3년 만에 한 8000명 정도가 구조조정 됐다"며 "이게 안전과 어떻게 직결되고 연결되는지 고민을 안 했던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8500명 (구조조정) 너무 가슴 아픈 일인데, 제가 (회장을) 맡았을 때 경영이 너무 악화되고 부채가 많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희망자에 한해 명예 퇴직을 실행했던 것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답변에 청문회 진행을 맡던 노 위원장은 "본인은 급여를 5억원에서 17억~18억원으로 올렸는데 그것을 국회가 이해해야 하는 거냐"며 황 회장의 답변을 질책했다.


김성수 의원은 황 회장에게 지난해 지급받은 성과급 3억원을 반납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KT화재 참사가 났는데도 (황회장) 경영평가 '최우수' 판정에 성과금도 3억원 받았다"며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반납하세요", "답변하세요"라고 말하며 황회장을 압박했다. 노웅래 위원장도 "통신 재난을 내고도 성과금 3억원 받았다고 하니 국민 대표로서 묻고 싶다"며 황 회장의 답변을 촉구했다. 그러자 황 회장은 "개인적인 사안이기도 하고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는 것이 적절해보이지 않는다"며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KT 채용비리 관련 질문에서 김종훈 의원은 "황 회장이 경영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있어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정치 줄대기'의 꽃은 채용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의 딸은 서류전형과 적성검사 등의 절차 없이 최종합격 됐고, 인성검사 불합격 대상인데 뒤집어졌다"며 "취업을 원하는 청년과 그들 부모가 보면 심정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화재 청문회와 관계가 없는 질의를 삼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민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세 살 어린아이도 믿지 못할 정도로 위증이 굉장히 많다”며 “후계자를 뽑아 황대표 2기 체제를 꾸린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깨끗하게 지금이라도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에 황대표는 대표 후보 선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수 의원은 “참고인을 압박했다는 진술과 관련 공문을 확보했다”며 “분명한 위증이며, 청문회를 방해하는 행위로 고발조치를 제안한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청문회를 마무리하며 위증에 대한 지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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