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人사이트 #17] 허위사실 유포자에서 영웅이 된 '닥터 리원량'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0-02-07 14: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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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26일 제2의 사스를 경고했던 닥터 리원량  (사진캡쳐=중국웨이보)

지난해 12월, 우한중심병원(武汉中心医院)의 닥터 리원량는 우한의 화난해산물도매시장에서 온 7명의 환자를 본 뒤 이들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처음 인지했다. 이후 그는 의대 동문 등 150명이 모인 채팅방에 12월 26일 '새로운 사스가 나타났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며, '감염 위험이 있으니 방호복을 입어라' '환자를 응급 병동에 격리해뒀다'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동료 의사사이에선 '사스'가 다시 퍼지는 것인지를 채팅방에서 거론하였다.

 

이 소식이 곧 대중들에게도 퍼지면서 1월 3일 우한시 경찰이 리원량과 동료 의사들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공안에 체포됐다. 이후 리원량는 중국 당국에 거짓 정보를 확산시킨 혐의로 조사를 받고 ‘더이상 유언비어를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와 반성문을 썼고, 석방된 후에도 병원 진료를 계속하였다. 일주일 뒤 리원량은 녹내장 환자를 치료한 뒤 우한 폐렴 증상을 보여 1월 12일 입원했다. 그 당시 음성으로 나왔으나 호흡곤란이 와서 재검사를 거쳐 2월 1일 그는 웨이보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아내와 아이들은 무사했으나 그의 부모는 같은 증세로 입원했다가 1월 31일 병세가 호전되어 퇴원했다. 그는 병상에 누워 치료를 받는 중 중국 정부의 입막음 때문에 전염병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며 당국 대처를 비판했다. 중국정부는 1월 20일 이후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엄중함을 인정하고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미 한달 동안 시일이 경과된 데다가, 대이동인 춘절까지 겹쳐 전국으로 확산된 심각한 전염병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닥터 리원량(1985년생)은 중국공안으로 부터 사과를 받은 것은 물론, 2월1일 중국공익기금회에선 1700만원(10만위안)을 보상금으로 주며 '진실을 말한 용사'라고 칭송했다. 우한대학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했던 리원량은 향년 35세로 요절했다. 전문가의 소견엔 귀를 기우려야 한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 놓고 있으나 비공개원칙에 익숙한 중국정부의 태도가 바뀔지는 의문이다.

 

"법 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결국 사망한 그에 대한 애도가 전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BBC, CNN, 가디언 등 세계 각국의 주요매체들은 그의 죽음을 일제히 기사로 다루고,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 웬리앙 박사의 사망 소식에 매우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우리는 그가 행한 모든 업적을 기릴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중국 최고인민법원도 이례적으로 이날 홈페이지에 "인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발 초기에) 루머를 믿고, 마스크를 쓰기 시작해, 살균조치들을 하고, 야생동물시장을 피했더라면 다행이었을 것"이라고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끝까지 '의사' 였다. 리원량은 사망 일주일 전인 지난 1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왜 사람간 감염에 대한 발표가 없지? 왜 감염된 의료진이 없지?"라고 의문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자신이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사람간 감염'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상황이 정리됐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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