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커피이야기 #12] 화가 고흐와 그가 사랑한 예멘모카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12-31 17:51:5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고흐의 '자화상' (사진=제주 빛의벙커)
빈센트 반 고흐는 고독한 화가였다.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모델료를 선불로 주었지만, 그의 괴팍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모델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와 더불어 가난했던 화가는 비싼 모델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자신을 성찰하고 더욱 잘 파악하기 위해 자화상을 더 많이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자화상들은 모두 얼굴을 옆으로 4분의 3 정도 돌리고 있으며 한결같이 미소를 짓지 않은 무뚝뚝한 표정이다. 그의 강렬한 시선을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그에 대한 답 역시 그의 초상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남긴 수 많은 자화상 중에서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고갱과의 결별에 더하여 테오의 약혼으로 인해 버림받을 것 같은 불안함을 나타내는 정신병적 징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남긴 이유는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그림의 방향을 잡아 보려는 자기최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1890년 37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알려진 빈센트 빌럼 반 고흐 (Vincent Willem Van Gogh)는 평생 고독과 가난, 신경쇠약, 정신질환과 싸우며 처절하게 그림을 그렸다. 서른 다섯의 늦은 나이에 화가로 전업한 그의 화가 인생에서 그는 900여 점의 그림과 1100 개의 스케치, 1700여 페이지 이상의 편지를 남겼다.


네 살 아래의 동생이지만 고흐에게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던 테오에게 고흐는 66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를 엮어 낸 책에서 그는 “계속 그림을 그리려면 이곳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와 저녁에 찻집에서 약간의 빵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흐에게 있어 커피와 카페는 예술가로서의 낭만의 상징이기 전에 가난한 예술가의 생계이며 작업실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카페나 인근 숙소에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하고 그림을 그리고, 종종 카페 여주인을 모델로 캔버스 앞에 앉히고 또 커피를 마시며 예술가들과의 교류는 고독하고 가난한 화가의 그림 소재로 충분했을 것이다. 실제 고흐의 작품에는 카페나 커피 관련 소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고흐의 커피’로 알려진, 그가 즐겨 마셨다는 예멘 모카. 예멘의 모카커피는 가장 오래된 커피의 명칭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자생한 나무가 예멘으로 유출되면서 경작되기 시작했다. 오스만 제국이 로마와 아랍지역을 정복하면서 커피의 소유주가 되었다. 세계최고의 생산지가 되어버린 예멘은 모카라는 항구도시를 통하여 유럽으로 팔려 나가면서 ‘모카’가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다.

 

빵에 사용될 때 커피를 지칭하는 모카, 커피에서는 모카가 초콜릿을 의미하는 것도 예멘 모카커피에서 유래한 것이다. 모카커피는 예멘 부근의 산악지역에서 등짐으로 혹은 낙타를 이용하여 모카 항구로 모여들었다. 사막 기후의 척박한 땅에서 비에 의존하는 나무의 열매는 작고, 나쁜 콩이 많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커피는 뛰어난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적절한 비와 철분이 많은 토양으로 이루어진 예멘의 고산지 Bani Matar (비의 자손들)가 고급커피 생산지로 알려지게 되었고,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와 더불어 세계 3대 명품커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움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가 ‘예멘 모카’를 마시던 현장을 그린 ‘밤의 카페테리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아련한 그리움과 세계3대 커피라는 ‘예멘모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오테를로의 크뢸러 미술관은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사람들은 고흐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네델란드 암스테르담과 오테를로를 찾고 그의 향기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 아를로 향한다.

▲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사진=제주 빛의벙커)

아를의 어느 골목 작은 카페 테이블에 앉아 ‘고흐의 커피’ 예멘모카를 마시면서 백 년도 훨씬 전에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그 고독하고 가난했던 화가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던 골목과 ‘아를에 온 이유’라는 햇살을 만끽한다. 아를에서 매일 아침 그가 마시던 커피, 그리고 그가 캔버스에 남긴 골목 카페의 풍경. 우리는 그렇게 1880년대의 그리움과 마주한다.

[저작권자ⓒ 기업경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