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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24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선거가 유독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는 것은 안철수 전 교수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학자이자 정치인인 그가 과연 현실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가 구상하는 정치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이 높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문인과 정치인 사이의 경계가 모호했지만 만인이 칭송하는 문인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돌연 정치판에 뛰어든 한 인물이 연상된다. 그는 조선이 낳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이다.
우리에게 송강 정철은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 성산별곡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정치 개혁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살생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의 정치인생의 말로는 초막에서의 은거였다.
이 흥미로운 송강 정철의 정치참여 이야기가 한편의 연극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세종대 김태훈 교수가 주연을 맡은 ‘일지춘심을 두견이 알랴’는 정철이라는 인물이 치열한 당쟁 속에서 살육했지만 끝내 권력암투 속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송강 정철을 연기하는 연극배우 김태훈 교수는 “시성과 살생, 야누스의 송강 정철을 연기하는 것은 내게 숨겨진 이면을 들킨 듯 엄청난 몰입을 이끌어냈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 빗댄 연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실 속 정치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사극 연기는 처음이라고 밝힌 김태훈 교수는 “그 시대를 완전히 고증할 수도 없고 가능하다고 해도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없으니 이 연극에서 정철이라는 인물만이 구사할 수 있는 말투와 화법을 창조하고자 한다”며 “문학청년 같은 아름다운 면모와 불 같고 칼 같은 정치인의 강한 면모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화술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중들이 보지 못했던 사극의 형태와 정철이라는 캐릭터가 무대에 구현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 ‘밀양’, ‘효자동 이발사’에서 얼굴을 알린 배우 조영진과 김태훈 교수와의 만남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조영진은 정철과 문인으로서, 정치적 사상을 놓고 대립하는 ‘정극인’을 연기한다.
연극 ‘일지춘심(一枝春心)을 두견이 알랴’는 4월 19일(금)부터 26일(금)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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