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人사이트 #10] '잡종'이 되어버린 나의 공주님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6-26 23: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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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과 배려가 상식이 되는 성숙한 사회를 기원하며...
▲ 국회의사당 앞에서 나의 사랑스런운 '잡종' 공주님과 심야데이트
최근 익산시의 A시장의 다문화 폄하발언으로 공직자들의 망언이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5월11일 익산의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나온 A시장의 발언이었는데, 한 달 가량 묻혀 있던 이야기가 6월13일 익산시의회 217회 본회의에서 악취 문제 질의과정에서 시장과 시의원의 논쟁 끝에 불거져 나온 것이다.

5월 행사에 참여했던 상처 받고 마음 아파하고 있을 다문화 가족이 아닌, 한 시의원의 6월 발언으로 우연치 않게 공개 되었다는 것이 더욱 황당하고 씁쓸하다. 분명 그 자리에 참석했던 중국 및 베트남 이주민 등 9개국 600여명의 다문화 가족도 그 발언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든 호소를 했을 터인데, 우리 사회에 아무런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에,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 단체 회원 150여명이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를 열어 익산시장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인권교육 수강을 요구했고, 같은날 국회에서는 '이주 아동까지 모욕한 익산시장은 각성하라'는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위원장 홍미영)의 성명서도 나왔다. 이 성명서에서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 특히 결혼 이주여성엄마들의 분노와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익산은 우리나라에서 최초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은 곳 아닌가. 심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 인격의 표현이며, 인격은 지적 수준은 물론 도덕적, 윤리적 관념도 포함한다. 그의 발언은 과학적, 윤리적 관념부족을 그대로 보여준 꼴이 되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이 평범한 소시민들보다 우월한 유전인자를 지녔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윤리적으로 배려와 포용력이 너무나 부족한 지도자의 표본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A시장의 표현을 빌어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으로 종이 다른 두 개체를 교배하여 생긴 개체는 전혀 다른 유전인자를 가진 다른 종이 나온다. 이종 간의 교배로 인해 태어난 개체가 생존에 우세하다는 것은 속설일 뿐 과학적 근거도 없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잡종강세' 발언은 윤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로 인해 상처 받고 무너져 내린 가슴을 추스릴 힘조차 없는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과 한마디로 무마하려 드는 그의 무책임함을 누가 용납한단 말인가? 필자의 딸 지영이도 그의 표현대로라면 '잡종'이다.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서는 나이인데 '다문화' '튀기'등의 단어로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기생충 관객이 920만을 돌파했다. 영화에서는 서민을 '냄새나는 기생충'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포용과 화합을 향해 나아가려는 시류를 읽지 못하고 그들의 고루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 지도층이야말로 서민의 혈세를 빨아 먹고 사는 기생충이 아닐까 싶다. 바보들이 꿈꾸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은 정말로 요원한 것일까? 언제쯤 이 사회의 지도층 의식이 먼저 깨어나 진정한 민중의 리더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우리 바보들은 꿈꿔본다. 우리가 속해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편견 없는 시선'과 '포용과 배려'가 상식이 되는 성숙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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