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집중탐구 #11] 일본의 무역제재 이유와 해법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7-17 20: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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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희 국회출입기사 (기업경제신문 정치사회부)
지난해 10월말 일본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의 반발에 아직까지도 양국이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면충돌 하고 있다.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최선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상대국 일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일본은 국제여론을 이용하여 한일관계를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 왔다. 1933년 일본은 국제사회가 만주 침략을 비난하자 국제연맹을 탈퇴하고,이후 전세계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친 경험이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엔 미국과 죽고사는 1대1 국가 외교전도 했다. 각종 암호전문과 기만 전술도 사용했다. 이런 외교술은 한일청구권협정 협상 당시에도 발휘됐다.

1962년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가 작성한 문서는 '한국문제에 관한 미국 대사관 직원과의 대화의 건'으로 "정보교환을 위해 방문한 주한 미 대사관 000서기관과의 대화 중 주의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음..."이라고 적혀 있다. 일본은 미국이 한일 협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피고 있을 뿐 아니라 영국 등 다른나라 외교관들의 의견을 물어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주시하면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한다.

1975년 미국 포드 대통령은 히로히토 일왕을 미국으로 초대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은 16만 명이 숨지고, 24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연히 반대 데모가 있었고 포드 대통령과 히로히토 일왕을 함께 암살하려던 사람이 체포되기도 했다. 일부 미 국민들의 격앙된 반응 속에서도 미국 행정부는 일왕을 초대했다. 한때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으로 처벌하려고 했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예우를 해줬다. 국민 감정을 넘어 냉철하게 미일 관계의 미래와 국익을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미일 외교사를 생각할 때 이번 한일 갈등에서 미국이 한국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안이한 생각일 수 있다.

일본의 외교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른 국가들이 현재의 한일 갈등을 어떻게 보는지 정보를 모으고 WTO 패널국가의 국제법 학자들에게 접근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입장을 전하고 국제 여론전을 시작한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에도 일본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넣도록 해 자신들이 국제사회에서 받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 했다.

지난 1월11일 자민당 외교부회, 외교조사회 긴급합동회의는 일본 언론에 한국 반도체 규제 이야기가 나온 첫 회의다. 전날(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지만, 한국 사법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불만이 있더라도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자 긴급회의를 연 것이다. 외교부회, 외교조사회 합동회의는 우리로 치면 여당과 정부과 만나는 당정회의라 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 마사아키 아카이케 자민당 문부과학부 회장은 "한국으로의 불소관련 수출금지 같은 히토(사람), 모노(물건), 카네(돈) 등 전체적인 대응책이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사아키 회장은 회의 직후 잡지 석간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현재 한국에 대해 불소관련 물질을 3년간 포괄적 계약으로 묶어서 수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기간이 끝나면 다음에는 갱신해주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외무성 관료들에게 말한 겁니다. 불소 수출을 막으면 한국은 아파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6개월만에 반도체 관련 물질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 회의 직후부터 우리 정부는 마사아키 의원 등 자민당 외교부회 소속 의원들을 찾아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외교적 관리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보복조치가 취해지기까지 자민당과 일본 외무성 간의 의견교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에게도 수개월 전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도 보냈어야 하는데 보복조치가 발표된 이후에야 수습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하며 그 이유로 일한 관계가 손상되었고, 안전물자 관리상 한국에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한일관계의 손상은 강제징용 판결이다. 부산 소녀상 문제와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도 있지만, 1월 자민당 회의를 보면 역시 직접적 이유는 강제징용 판결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사법원의 판결에 행정부가 어떻게 하기는 쉽지 않다'며 삼권분립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도 삼권분립의 개념을 알고 있고, 똑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 정부의 대처와 후속조치에 의문과 불만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일본이 삼권분립에도 불구하고 정부 중심 국가이며, 국민들도 '정부가 국가를 이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의내각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한몸으로 간주되며, 그만큼 정부의 책임감도 강하다. 일본 정부가 어느 정도 사법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가져올 파장에 미리 대비하지 않고, 또 판결 이후에도 손을 놓고 있다, 무책임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보복조치 철회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액션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 관리상 한국의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는 내용은 억지 주장으로, 지난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국내용 언론플레이다. 지난 10일 후지TV는 한국 정부 자료를 인용하며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밀수출한 전략물자가 156차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국내에도 공개된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 1월 자민당 회의를 통해 이미 규제 방침을 정한 뒤 5월 관련 자료를 구해 끼어 맞추기식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산업부는 설명자료에서 "한국은 전략물자관리원 연례보고서를 통해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및 조치 현황을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번 적발 자료도 우리나라 전략물자 수출관리제도가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략물자 수출통제 선진국인 미국은 무허가 수출 적발 실적 및 주요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총 적발 건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적발사례만 선별해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자신들의 첩보위성과 글로벌 금융감시 시스템에도 잡히지 않은 한국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유출했다는 내용을 일본이 단독으로 제기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듯 억지 주장까치 펼치며 한국에 제재를 가하는 배경에는 마사아키 회장이 있는데, 그는 '일본회의' 소속 국회의원들 모임의 사무차장이다. 극우 정치단체인 일본회의는 일본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군대 보유 헌법 개정,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미화하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단체에는 일본 국회의원 250여 명이 소속돼 있고, 아베 신조 일본총리 등 내각 각료 10여 명도 포함돼 있다. 일본회의가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넘어 정부의 정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외교관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회의 측과 거리를 두며 접촉도 거의 하지 않고 그저 일본 언론을 통해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왔다. 이번 사태로 언론 보도만으로 이들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일본회의 소속 의원들이 일본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들의 생각과 정책 방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회의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연구해야 한다. 

일본 언론들도 정부를 견제하고는 있지만 우리에 비하면 정도가 미미하다. 방송의 경우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시 재난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문들은 좀 자유로워 우리나라처럼 보수지와 진보지로 나눠져 있다. 보수 언론의 중심은 후지-산케이 그룹인데, 1위인 요미우리가 851만부, 2위인 아사히 695만부로 집계되는 전국 150만 부의 산케이신문 과 후지TV나 니혼TV가 현재 아베 내각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는 평이다. 6월30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를 처음 단독 보도한 곳도 산케이신문으로, 이날은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을 한 날이다. 지난 5일 아베 총리 특보 출신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후지TV에 출연해 "한국 수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라며 처음 북한을 언급했다. 지난 10일 또 다시 후지TV가 한국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며 "한국에서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전략물자 밀수출 사례가 4년간 156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 발표 이후 일본 언론의 의견은 반으로 나뉘었다. 일본 기업의 피해를 우려하는 경제지 니혼케이자이신문은 연일 사태의 파장에 우려를 나타내는 기사를 내고 있고, 진보 성향인 마이니치 신문은 외신부장이 직접 비판 칼럼을 내기도 했다.

일본 여론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 언론들을 대부분 기사를 유료화하고 있어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선 기사 앞줄 몇 문장만 읽을 수 있고 전문을 보려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 그런데 전국지 중에서 산케이신문만 유일하게 기사 전문을 야후 재팬에 무료 서비스하고 있다. 판매부수 수익보다 영향력 확대를 꾀하며 산케이의 혐한 기사에 달린 극우 네티즌들의 엄청난 댓글을 여론으로 확산시킨다. 아베 내각이 후지/산케이에 정보를 흘려 기사를 올리면 야후재팬에 극우댓글이 달려 인기기사로 올라가고, 이 내용이 일반 국민으로 흐르는 여론 형성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여론조작 경로를 차단하는 일은 쉽지 않아보인다. 

일본이 발표한 보복 조치는 두 가지로 첫째, 고순도 불화수소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세 품목에 대해 7월4일부터 즉각적으로 한국 수출 심사를 강화하는 것과 둘째, 일본 안전보장무역 관리 시스템 내에서 한국을 화이트국가(현재 한국 포함 27개국)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일자 전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출신의 호소가와 마사히코 일본 쥬뷰대 교수가 칼럼을 냈다. "한국은 2004년에야 화이트국가로 선정됐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2003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중국, 인도와 같은 것이다. 한국도, 일본 언론도 흥분하지 마라. 유럽도 현재 우대국가는 일본을 포함 8개 국가뿐이고 한국은 그 안에 없다. 3년 단위로 받던 허가를 6개월 단위 계약별로 받는 것이다. 큰 변화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는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대해선 "그럴리가 없다. 일본은 법치국가이다. 그렇게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제소를 할 것이고, 일본 정부가 질 것이다. 그리고 심사기간이 90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4-5주만에 허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우리 전략물자관리원도 일본처럼 포괄 허가와 개별 허가를 두고 있으며 개별 허가는 15일 심사에 유효기간은 1년이다. 자율준수무역거래기업으로 선정이 되면 45일 심사에 3년의 유효기간이 있다. 일본은 심사기간 90일을 거쳐 사실상 수출금지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근거가 없지는 않다.

7월4일부터 규제가 시작된 세 품목에 대해선 한국 수출 일본 기업들이 이미 신규 허가 신청을 넣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소가와 교수의 말대로라면 4-5주가 지난 8월 둘째주가 되면 '심사강화'인지 '수출금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사실상 1차 외교 시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빼는 것은 일본 안전보장무역관리 시스템에 포함된 1000여개 품목 모두에서 6개월 짜리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화이트국가에서 빠져 있는 타이완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도 모두 6개월 심사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24일까지 국민이나 기업의 의견청취를 받은 뒤 8월 초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경제산업성 출신인 칼럼리스트 우사미 노리야는 그의 칼럼에서 "이미 일부 품목에서 한국은 화이트국가 리스트에 빠져서 단일 국가로 개별 관리를 받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이 제도를 이용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 남겨둔 채 개별관리 대상 품목만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8월 초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개별 허가도 경제산업국이 아니라 경제산업성(본성) 차원에서 하기로 했는데, 원래 본성 심사는 원칙적으로 안 되는 것을 심사하는 것이다. 향후 수출제한에 가까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1차 피해를 입는 한국 수출을 주로 하는 일본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세인 것을 볼 때 역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예측 가능한 규제 카드로 1월 자민당 회의에서 언급된 사람,물건, 돈중에 사람과 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이라면 관광이나 일본 취업으로 예상되며 관광 분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까지 외래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국인 관광객의 25%를 차지하는 한국인이 1000만 명 이상 방문해야 한다. (지난해 754만명) 한국인 관광객은 중국인보다 돈은 적게 쓰지만, 일본을 다시 찾는 반복 여행자가 많고 그만큼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 도시까지 다 구석구석 찾아 다닌다. 즉 지방경제 활성화에 한국인 관광객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일본 관광청은 지금도 각 지방자치단체에 한국직항 항공편 확보, 한글 안내판과 한국 내 관광홍보를 주문하고 있다.

반면 취업 분야는 우리나라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본이 취업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할 수 있어 일본에서도 상호 인정을 받는 정보처리기사, 정보처리산업기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의 일본 IT취업에 필수인 이 자격증 취득자들의 취업 길이 막히게 된다. 일본 정부가 상호 인정을 제한하면 우리 청년들은 일본 현지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하고, 이에 미치는 파장과 충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물론 일본은 인구감소로 내년까지 IT분야에서만 인재 부족 규모가 37만명, 2030년까지는 79만 명에 이르며 기업들은 한국인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허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베트남 IT인력들이 일본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어, 상대적 경쟁력 하락도 고려해야 한다.

돈이 의미하는 분야는 금융 또는 비제조업으로, 우선 한일어업협정이 있다. 이에 관련해 주목할 회의가 있었는데, 일본 언론이 6월26일 아베 총리가 오전 10시44분 외무성 경제국, 국제법국장, 그리고 수산청 장관을 불렀고 이어 11시2분 국가안전보장국장, 내각정보관, 방위성 방위정책국장, 통합막료장이 아베 총리를 만나러 들어간 것을 보도했다. 어떤 회의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무성 경제국, 국제법국, 수산청 장관이면 어느 나라가 상대이든 어업협정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한일어업협정은 2016년6월 협정 갱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우리 어민들의 조업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부산과 제주 어민들의 고통이 극심한 상이며 이밖에 일본계 은행의 한국 여신 조건을 압박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 대기업들의 해외 자금 융자는 대형 일본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에 대비할 필요성도 강조된다.

한일 경제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엮여 있어 최근엔 경쟁보다는 협력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플랜트(생산설비) 공사를 수주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사업규모가 27억 달러(우리돈 3조2천억 원)이다. 이런 대형 플랜트 건설에도 일본 정밀부품이 필요한데 플랜트의 통합운영실 관리 솔루션을 후지츠 등 일본 기업들이 통채로 납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일본 기업과의 협력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한국 투자를 많이 한 일본 도레이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전 회장의 경우 게이단렌 회장 시절에 한일 정부간 가교 역할을 했다. 일본 대기업들은 일본 전역에 공장을 갖고 있어 지역 정치인들과도 교류가 빈번하다. 과거의 정경유착은 사라졌지만, 중앙과 지방에서 여전히 정경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일본 기업들이 정치인들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경우 일본 반도체 제조장치 협회(SEAJ/회장사 니콘)와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 반도체부회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세 가지 규제 품목 관련 업체 대부분이 소속돼 있다. 지난 8일 SEAJ는 올해 일본제 반도체장비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내 시장 규모도 19.2%나 줄 것이는 전망이어서 정부의 보복 조치에 반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협회와 단체를 통해 발표할 것이다.

일본은 나이가 좀 있는 각종 협회장, 기업 회장 사장, 지방 국회의원, 고위 관료들, 정치인들이 물밑에서 만나 서로 의견을 교류하고 결정하며, 협회 단체마다 모두 정치권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일본 기업의 어려움이 논의되도록 해야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은 권력자나 강자가 많은 것을 결정하고 약자와 서민들은 리더를 따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중소 기업에서도 파벌 문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재계의 파워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파악하고 그들과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하며, 일본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인사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수출 규제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하고 규제 철회를 요청했다. 국내 언론들은 WTO가 우리의 손을 들어줄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결과는누구도 알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유럽도 전략물자 무역에 있어 일본을 포함한 8개 국가에게만 포괄허가 우대를 해주고 있고 한국은 지금도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또, WTO협정 내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21조에 따르면 '안전보장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무역 제한은 예외조치가 인정된다. 후쿠나가 유카 와세다대학 교수는 아사히신문 칼럼에서 "이번 조치는 WTO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안전보장상 예외조치는 당사국의 재량을 대단히 폭넓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외무성 출신의 오가타 린다로 전 일본 중의원은 "지난 4월 WTO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과거 러시아가 안보상 이유를 들어 우크라이나에서 카자흐스탄 등으로 가는 화물 차량에 위성추적장치를 반드시 달도록 규제를 했다가 WTO 제소를 당했다. WTO는 지난 4월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가타 전 의원은 "이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상황이라는 점 등의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현재 한일 상황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국제통상법 연구를 깊이 하는 나라라며 WTO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쉽게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WTO에서 결론이 나는 건 1,2년이 흘러 일본이 충분한 경제보복 효과를 거둘 뒤가 될 것이다. 일본이 1월부터 준비한 보복조치인만큼 각종 시나리오를 준비해놓아 한국 내 정부 기업 언론의 반응, 보복 효과가 나타나는 날짜별 흐름, 일본 기업들의 피해 규모, 한국 국민들의 불매운동까지 모두 예측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WTO나 국제사회의 반응도 그들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일본은 당초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양국 간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무역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내외부의 비판이 잇따르고 우리나라가 국제무역기구, WTO 이사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고 WTO에 중재를 요구할 방침임을 밝히자 말을 바꾸었다. 갑자기 부적절한 수출 관리를 언급하며 북한을 끌어들였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최종 행선지가 북한일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자 우리 정부가 강한 유감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무역관리 타당성을 국제기구가 판단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측의 검증 제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한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은 다시 말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관리는 북한 등으로의 물자 유출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사이의 사안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일본의 주장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측의 이번 제안과 관련해 한미 간에는 대북제재 이행을 포함한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이행을 포함해 한국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요구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하여 우리측이 제안한 양국 기업 협력을 통한 기금 마련 방안을 일축하고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라고 우리나라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일본의 이러한 모든 제재의 본질은 '경제공격'이 아니라 '정치공격'이며, 이들의 진정한 목적은 일본 우익의 혐한감정을 자극하여, 향후 아베정권의 연장에 유리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일본에 굴종하는 한국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보수 야당은 정부를 공격하며, 친일 여론을 조성하는 등 민심을 분열시키고 있다. 현상은 국가 대 국가의 대결구도인듯 하지만 실질적 본질은 일본 군국주의의 잔존세력과 평화를 지향하는 진보세력 간의 분쟁이다. 일본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우리 사회에 잔존해 있는 식민사상을 부추기고 한국을 다시 식민지화 하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공격을 무력화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군국주의 잔존세력을 꺾고 일본과 매국세력의 여론공작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대응책이다. 아베 정권의 혐한감정을 이용한 정치놀음이 보수야당의 진보에 대한 '대북추종세력'이라는 억지와 닮아있다. 한국에서 더이상 과거의 '빨갱이' 정치놀음은 통하지 않는다. 한국에 일본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면 아베도 더 이상은 일본내 혐한 감정을 이용한 정치놀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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