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주간프리즘 #8] 가정내 체벌금지? 아동학대의 기준과 범위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7 18: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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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3일 대한민국의 「민법」이 허용하는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였다.

「민법」 제915조 징계권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징계에는 일반적으로 체벌이 포함되므로, 대한민국은 현행법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부모에게 자녀의 신체를 훼손할 권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서, 한 명의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아동의 존엄성과 신체보존의 권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표적인 문제 조항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가정 내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반복적으로 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에서 체벌을 금지한다는 것은 아동의 존엄성 보장을 위해 국가가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징계 목적으로 아동을 때리는 것이 더 이상 합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기준’을 사회구성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보장은 합의가 아니라 당위로서 그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행하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 출처: KTV 국민방송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스웨덴에서는 이미 1979년 자녀의 체벌 금지 법안이 시행되었고, 일본은 내년 아동복지법에 ‘체벌 금지’ 내용을 명시할 예정이다. 

이제라도 가정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환영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금부터 더욱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 

지난 해 개봉하여 '올해의 영화로 선정된 "미쓰백"은 아동학대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너무 가냘프고 앳된 꼬마소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아동폭력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 미쓰백 이라고 불리우는 전과경력이 있는 여주인공의 힘겨운 삶에 대한 이야기처럼 흐르던 작품은 어느 순간 그녀가 지은이라는 꼬마 소녀를,  추운데 얇은 옷을 입고 떨고 있는 이 춥고 굶주린 소녀를 만나면서 미쓰백의 힘겹고 억척스러운 삶의 이야기는 아동폭력에 시달리는 가엾은 소녀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재벌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방어를 위한 가해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살인 미수죄로 몰려서 수년을 복역한 백상아, 그 사건을 맡았던 젊은 형사 장섭(이희준), 돈많고 빽좋은 성폭행범 대신에 엄마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란 근본없는(?) 소녀는 이렇게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과 전과자의 멍에를 뒤집어 쓰고 수년을 복역한다. 출옥한 뒤 마샤지샵과 세차장에서 죽도록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상아, 그런 그녀에 대해서 연민과 측은함을 함께 느끼며 애인 혹은 남자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장섭....전과자 출신의 한 젊은 처녀의 억척스런 세상분투기로 영화는 시작되지만 정작 중요한 주제는 상아가 지은이라는 소녀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감정도 없이, 자신을 가혹하게 내던진 세상을 향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거친 여성 미쓰백,  그런 그녀에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이 있었다.  학대와 버려짐을 겪었던 자신과 마치 비슷한 느낌의 가녀린 꼬마 소녀 지은,  그러나 지은이 미쓰백을 만나서 비로소 추위와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지은에게는 아빠라는 존재, 핏줄상의 아빠였지만 실제로는 지은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악하고 무능한 인간과 그 놈팽이의 애인인 주미경(권소현) 이라는 악녀가 있었다.  명목상 지은의 보호자였지만 지은은 그들이 사는 곳에서 사실상 감금과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꼬마에게 너무나 가혹한,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아동학대 사건은 과거에는 부모의 당연한 권리, 교사의 당연한 권리처럼 공공연히 자행되어 왔지만 그래도 좀 더 문명사회에 가깝게 된 21세기에 와서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자녀를 때리는 부모에 대한 처벌도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간 폭력'의 비율과 위험은 여전히 높게 존재한다.  아이의 보호자로서 최우선권이 부모에게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야 부모대신 미쓰백이 아이를 데려가길 바라지만 막상 현실에 부딫친다면? 누구나 아이는 부모에게 돌려보내야 한다고 인식할 수 있고,  어리고 겁에 질린 아이는 제대로 폭해당한 사실을 진술하기도 어렵다.

영화 '미쓰백'은 이런 험난한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영화라는 판타지의 끈을 놓지 않은 작품이다.  지옥과 구원을 몇 번씩 오가고 있지만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음을 나름 설파하고 있다.  자기 한 몸 추스리기도 벅찬 미쓰백, 백상아는 지은이라는 꼬마에게는 엄청난 구세주같은 존재다.  다행히도 미쓰백에게는 그녀를 끔찍히 아끼고 걱정해주는 형사가 있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마같은 2인은 그다지 사회적 강자는 아니다.  남자는 그냥 무능력한 백수,  여자는 이 남자만큼의 무기력한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보통 사람이다.  이런 수준의 악당들을 응징하는데도 형사까지 동원되었음에도 이렇게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갑의 위치에 있는 악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출혈이 필요할까.

가엾은 꼬마를 정성껏 돌봐주려는 착한 여인,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 같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영화의 끝까지 어둡고 우울하고 걱정스럽고 불안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속에서 존재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 미쓰백의 존재는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험하게 살아가는 미쓰백을 응원하고 걱정하게 된다. 

'난 가진게 없지만 너를 지켜줄께' 라는 대사,  세상으로 부터 버려진 인생 같았던 미쓰백은 이렇게 수호천사로 거듭난다.  단순히 아동폭력 자체에 매달리는 작품이 아니라 미쓰백 이라는 여주인공을 등장시켜서 나름 의미있는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지만 나른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작품을 감독했던 이지원씨는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가 "살던 아파트 옆집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듣게 되었고, 한 아이룰 복도에사 마주쳤는데, 그 아이의 눈빛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시 나도 힘든 상황이어서 외면할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이사를 갔다. 그 아이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준비하던 작품를 접고 미쓰백을 쓰게 됐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 2016년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신고 현황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또는 성적 학대 뿐 아니라 방임과 유기도 헉대의 범주에 속하며, 보건복지부에 신고되는 피해 건수도 해마다 늘고있다.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거나 변호할 힘이 없는 아동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사회 풍토가 만들어지고 학대받는 아이들의 정성화 생활을 더욱 잘 살피는 법안과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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