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주간프리즘 #12] 국회의원의 권리와 의무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7-02 17: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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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희 국회출입기자 (기업경제신문 정치사회부)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이자 회의체 구성원으로서, 국회의 의사형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야 할 책무를 가지며, 그 직책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하여 발언,표결의 자유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및 상당한 세비(歲費)와 기타 편익을 받을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이 여러 가지 이해나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주성·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불법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 자율적인 자유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인정된 것이므로, 의원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면제가 아니고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기능을 보장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의원의 발언·표결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때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하는 모든 의사표시를 의미하고, 여기에는 토론·연설·질문·사실의 진술 등이 포함되며, 표결이라 함은 의제에 관하여 찬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것은 일반국민이 당연히 지는 법적 책임, 즉 민법상·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국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통제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국민의 대표자로서 공정한 입법 및 민의의 충실한 반영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은 상당한 보수와 여비를 받으며(국회법 30조), 무료로 국유의 철도·선박과 항공기를 승용할 수 있다(국회법 31조). 이와 같은 의원의 세비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의원에 대한 보수로서 의원 개인과 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국고에서 지급되는 급여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전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그 직책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언어 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국회법은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회의 활동에 참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발의권: 의원의 발의권은 국회의 의제로 될 수 있는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회는 10인 이상의 의원의 찬성으로 의안을 발의할 수 있다. 

- 질문권: 의원은 정부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질문이란 국무총리·국무위원 및 정부위원에 대한 질문을 말하며, 이에는 서면으로 하는 일반질문과 구두로 하는 긴급질문이 있다.

- 질의권: 의원은 현재 의제가 되어 있는 의안에 대하여 위원장·발의자·국무위원·정부위원에 대하여 의의(疑義)를 물을 수 있다. 이를 질문과 구별하여 질의라 한다.

- 토론권: 의원은 의제가 되어 있는 의안에 대하여 찬반의 토론을 할 수 있다(국회법 99조). 토론하고자 하는 의원은 미리 반대 또는 찬성의 의사를 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 표결권: 의원은 본회의·위원회 등에 있어서 표결에 참가할 권리가 있으며, 표결의 자유는 특히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국가적 의회에 있어서는 의원의 표결은 대체로 정당의 지시에 따르는 관례가 있으나, 법적으로 표결의 자유는 보장된다.

- 자율권: 그 밖에 의원은 의장·부의장의 선거(국회법 15조)·임시국회의 소집요구(47조)·의사규칙의 제정(64조 1항) 등 자율권을 가진다.

이상과 같은 각종의 특권과 권리를 가지는 반면 여기에 따라서 일반공무원이 부담하는 의무와는 구별되는 특수한 의무를 지고 있다. 헌법상의 의무로는 청렴·국익우선의 의무, 지위남용의 금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겸직금지 등을 들 수 있으며, 국회법상의 의무에는 국회본회의와 위원회출석, 회의에 있어서 의사에 관한 법령규칙 준수,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국회의 위신을 손상시킬 수 없으며, 다른 의원을 모독하거나 언론을 방해할 수 없고, 의원의 질서유지에 관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의원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회 의결로써 징계 할 수 있다. 의원의 징계에 대해서는 사법 심사를 할 수 없다.

새삼스레 국회의원의 권리와 의무를 살펴 본 이유는 국회 파행, 법안 처리 지연 등이 계속되면서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시키자는 여론이 80%가 넘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원칙과 입법, 이는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그렇게 생소한 제도는 아니다. 국민 대표자로서 의무에 태만하면 세비 감축, 상임위원 자격과 의원직 박탈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본회의 투표 불참에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지난달 리얼미터 조사로는 우리 국민 대다수인 10명 중 8명꼴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안에 찬성했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자기희생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질타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도 일한 만큼만 세비를 받아 가라는 의미이자, 제발 일 좀 하라는 국민들의 뜻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 월급을 뜻하는 ‘세비’는 일본식 용어라서 1973년 법 개정 이후에 국회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의 월급을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지만 사회적으로 널리는 쓰이는 ‘세비’로 부르겠다.

극심한 여야 대치로 국회가 올해 상반기 내내 파행을 거듭해 저조한 입법 성과를 보였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급여와 수당이 전액 지급되었다. 2019년 국회의원 세비는 1억 472만원이다. 매월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직책마다 다르지만, 참여연대자료에 따르면 일반 국회의원은 월 11,369,710원, 상임위 위원장은 월 12,744,710원, 국회의장은 월 1,6061,085원이다.

한 매체에서 국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지급된 총급여는 834억2천118만원에 달했다. 이 중 국회의원의 총급여는 188억6천954만원이었다. 

여야 국회의원 300명은 매달 각자 일반수당 675만1천300원, 관리업무수당 60만7천610원, 정액급식비 13만원, 정근수당 56만2천608원(월평균), 명절휴가비 67만5천130원(월평균) 등 총 872만6천648만원을 받았다. 

정근수당은 1월과 7월에 일반수당의 50%씩, 명절휴가비는 설과 추석에 일반수당의 60%씩을 지급하도록 책정된 돈이다. 국회의원들은 여기에 입법활동비로 매달 313만6천원을 추가로 받았다. 실제 법안을 발의하고 법안 심사에 참석했는지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활동비다.

아울러 임시국회가 소집된 와중에는 회기 중 1일 3만1천360원씩 특별활동비도 받았다. 임시국회가 열렸으나 가동되지는 않은 '개점휴업' 상황에서도 월 100만원에 가까운 별도 수당을 받은 것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국회 인턴 포함)에게 지급된 총급여는 645억5천164만원으로 집계됐다. 국회의원은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과 국회 인턴의 도움을 받아 의정활동을 한다. 보좌진의 월평균 급여는 4급이 664만1천400원, 5급이 612만9천290원, 6급이 425만8천290원, 7급이 367만8천610원, 8급이 322만4천500원, 9급이 285만9천360원 등이었다.

50일 넘게 112명의 자유한국당 의원이 일하지 않았으니,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반납해야 하는 세비는 15억 정도가 된다. 자유한국당은 막말을 쏟아 내면서 세비 반납을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유한국당의 세비 반납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 국회 개원이 지연되자 한나라당 초선 국회의원 33명이 1인당 평균 770만 원의 세비를 반납했다. 당시 반납된 세비는 국회로 다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결식아동을 돕는 데 사용됐다. 2012년에도 새누리당은 6월 세비 13억 6000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38명이 이틀치 세비 2872만 원을 2018년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4월 세비 1040만 원을 반납했다. 과거 사례가 있었으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12명이 50일 치 세비 15억 원을 반납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뜻에 따르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인건비가 무색하게 올해 국회가 보여준 입법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회 본회의가 처음 열린 건 3월 임시국회에서였다. 1월, 4월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후 석 달 가까이 의정활동을 유기한 비생산적인 국회로 얼룩졌다. 16대 국회에서 65%를 넘던 의안 처리율은 20대 국회 들어 30%마저 무너졌다. 그런데도 패스트트랙 정국 파업 속에서 각종 수당에 입법활동비까지 꼬박꼬박 챙겨갔다. 이렇게 오래 놀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는 국회의원이 나올 지경이 되도록 자신들에게 적용될 '셀프법'은 만들지 않고 있다. 

국회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회 본회의를 통해 처리된 안건은 445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8건의 46% 수준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1∼5월 평균 2천564건에 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과 비교하면 평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2006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정규직 보호 3법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사립학교법 등을 놓고 대립하던 1∼5월(368건) 이후 최악의 성적이기도 하다.

국회는 올해 1∼5월 사이에 2·3·4월 임시국회를 연달아 소집했으나, 3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해 400여건의 법안을 처리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입법 활동을 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세 자릿수 안건 처리 실적을 낸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100건)가 유일했다. 국토교통위원회가 97건, 환경노동위원회가 63건, 교육위원회가 37건 등이었다. 반면 기획재정위원회는 4건, 여성가족위원회는 2건,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보위원회는 각 1건에 불과했다. 

국회가 단 1건의 쟁점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사실상 코마 상태에 빠져있던 지난 5개월 동안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인건비로만 83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데 대해선 정치권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정례보고서에서 "우리도 국회법에 국회의원 회의 출석 의무를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경우 세비를 삭감하는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대학 교수는 "대학에서도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이라며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이익이 필요하다. 정치투쟁만 하는 경우 입법활동비를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원 구성을 하지 못하거나 정기 국회나 임시회기 중에 본회의나 상임위가 열리지 않으면 기간만큼 세비를 받지 않는 법안이 발의 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법안은 그동안 발의만 해놓고 국회 임기가 끝나 자동 폐기된 사례가 한두 번 아니었다. 2014년 '세비 혁신안'으로 부르던 안, 2008년 42일간 국회 개원이 미뤄졌을 때 세비를 자동 삭감하자는 개정안 등의 운명도 그랬다. 20대 국회에서도 똑같이 잠자는 무노동 무임금 관련법이 있다. 극단과 대결의 정치문화에서 국회 장기 파행을 막을 장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여론이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들이 누리는 특권은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위한 장치이므로 일하지 않는 것까지 국회의원의 특권일 수는 없다.

핵심은 받은 만큼 일하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자녀 학비보조수당, 사무실 유지비, 유류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으면서 각종 수당을 받아 가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뿐더러,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과 위화감만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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