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人사이트 #6]  감독과 배우의 특별한 케미, 봉준호 & 송강호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5-29 16: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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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페르소나' 라고 칭찬하며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바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페르소나는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종종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흔히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특정한 배우와 오랫동안 작업한다. 이때 배우는 작가의 페르소나(가면)가 된다.

마틴 스코시스에게 로버트 드 니로는 미국 뒷골목을 떠도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페르소나였고, 오우삼에게 주윤발은 의리와 협객 정신을 지닌 비장한 영웅의 이미지를 지닌 페르소나였다. 

종종 페르소나는 특정한 영화 혹은 사조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장 피에르 레오(Jean-Pierre Léaud)와 잔느 모로(Jeanne Moreau)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페르소나였고, 공리(Gong Li)는 중국 5세대 영화의 페르소나였다.

봉 감독과 송강호의 인연은 16년 전인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강호는 각각 무명 배우와 조연출 신분이던 첫 인연을 기억해 봉 감독의 출연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고 이 영화는 두 사람을 스타덤에 올려놨다. 이어 두 사람의 인연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 탄생에 이어 할리우드 배우와 함께한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으로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함께 한 네 번째 영화인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송강호는 생활고 속에서도 가족애가 돈독한 전원 백수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을 연기했던 최근작들에서 느껴졌던 시대의 무게를 내려놓고 허술하고 사람 좋은 백수를 연기한 그는 미세한 표정 변화와 뉘앙스의 전환만으로 긴장과 페이소스를 최대로 끌어올리며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당긴다.

송강호는 한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의 가장 특별한 점에 대해 묻자 "흔히들 '봉테일'이라고 하는데, 그건 현상적인 부분이다. 본질은 봉 감독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력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봉준호 감독은 누구도 갖지 못한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세상에 대한 비전이 있다. 정말 독보적인 부분이다"며 "봉준호 감독님의 기술적이고 테크닉적인 면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봉 감독님의 가진 가장 예술적으로 위대한 부분은 통찰력이다."라고 답했다.

'기생충'은 송강호가 강조했던 봉준호 감독의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으로 꼽힌다. 송강호는 "'기생충'이 계급에 대한 이야기,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우리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 봉준호 감독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인간에 대한 존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냄새나 선 같은 건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타인에 대해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선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그런 편견이 곧 계급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현상 밑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존엄이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송강호는 봉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에서만 늘 호평을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봉 감독 역시 송강호를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변하는 배우라고 말하며 그의 끝없는 예술적 실험에 그를 동반했다.

서로에 대한 무한 신뢰와 배려는 봉 감독이 자신의 최고 영광의 순간이 되는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배우인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은 채 바치는 장면에 함축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의 특별한 케미에서 뿜어내는 시너지는 앞으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층 끌어 올리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연유로 이들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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