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주간프리즘 #19] 부유세와 민주사회의 발전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0-01-17 15: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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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운을 세금으로 나누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 송진희 국회출입기자 (기업경제신문 정치사회부)
지난 1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인 4440명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에 관한 조사'에서 놀랍게도 응답자의 64%가 찬성했다고 한다. '소득세'는 일반적으로 새로 생겨난 소득분에 대하여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부유세'는 새로 생겨난 소득분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하여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자산소득’에 과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부세나 재산세가 이와 비슷한 의미의 세금이라할 수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부유세 과세에 대하여 미국의 민주당 의원 77% 뿐 아니라 보수 공화당 의원의 절반이 넘는 찬성률을 보여 미국에서 부와 세금에 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5천만 달러 (약58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가구는 보유 자산의 2% (약11억원) 가량, 10억달러 (약1100억원) 이상의 자산가에게는 연 3% (약33억원)의 세금을 과세하겠다’고 부유세에 관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미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는 매년 천억 가까이 부유세 납세를 하게 되므로 이 방안에 대하여 ‘사회주의’라 매도하며 반대의견을 표하고 있다. 

 

미국의 부유세 논쟁은 이른바 ‘수퍼리치’ 19인이 2020년 대선 출마자에게 ‘미국 상위 1%의 최고 부자 중 10%에 해당하는 “우리들”에게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불붙게 되었다. 이들은 ‘새로운 세금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아니라 “재정적으로 가장 운이 좋은 (Financially Fortunate)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서 나와야 한다’며 ‘그러한 세금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경제와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며, 공평한 기회를 창출하고 민주적 자유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부유세를 올리는 것이 국익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사회환원의 ‘부유세 철학’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회자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뜻으로 “부자들이 축적한 부는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이룬 것이므로 그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들이 보낸 서한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재정적 운’이 그들의 노력에 더해졌기 때문에 그만큼의 부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는 의미로 그들이 가진 운에 표하는 겸손과 감사의 뜻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부호가 되었는지 명확하게 깨닫고 있고 그러한 운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미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수퍼리치로 손꼽히는 부동산 갑부나 대기업 재벌들도 미국의 '수퍼리치'들의 겸손과 나눔의 철학을 본받아 부의 재분배 정책에 ‘사회주의’라 매도하는 대신 긍정의 평가와 적극적 호응을 보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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