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주간프리즘 #13]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송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07-09 1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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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노동자, 국제결혼 등으로 인한 이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이주자들은 여성노동자의 증가, 국제결혼의 증가에 따라 이주의 여성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주자들에 대한 차별대우와 인권침해가 심각하며, 특히 이주여성들은 이주남성과는 달리 사내폭력,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 속에 있게 되는데 이들은 가부장적 성차별 사회에서 여성외국인 노동자로서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은 언어, 문화, 관습, 법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적절한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으며, 이주자들의 사회문화적 적응에 대한 프로그램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 출신 아내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한국인 남성이 6일 경찰에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변한 것 없는 현실에 분노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SNS에 퍼진 동영상은 차마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남성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부짖는 두살배기 아이 곁에서 한국말이 서툴다는 등의 이유로 여성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폭행은 상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온 지 한달 남짓 된 이 여성은 평소 서툰 한국말로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가장 자주 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을 소재 삼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듯 낯선 한국 땅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이들 또한 적잖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42.1%에 달했다. 형태도 폭행, 흉기 협박, 성적 학대에서부터 욕설, 출신국가나 부모에 대한 모욕까지 다양하다. 아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더 많았는데, 이유는 ‘창피해서’와 함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몰라서’ ‘아무 효과 없을 것 같아서’ 순이었다. 정부가 이주여성상담소를 제도화하고 쉼터 등을 운영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도, 충분하지도 않은 셈이다. 쉼터로 옮겨도 몇달 뒤에는 다시 배우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방인에게 관대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인종차별과 성차별까지 더해져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생활에 적응 하는 데 힘든 시간을 보낼 뿐만 아니라, 제도적 한계 때문에 그들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힘든 현실에 처해 있다. 남편이 마음만 먹으면 결혼 이주 여성을 한국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제도 때문에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보통 결혼 이주 여성은 결혼비자로 입국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여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적법 상 결혼 후 2년 이상 거주 해야만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있어, 국적을 따기 전 까지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혼인 관계등에 의한 한국인 남편의 신원 보증이 필요하며 남편이 이를 철회하면 미등록 체류자가 된다.

이번 동영상엔 베트남어로 “한국은 정말 미쳤다”라는 글이 붙었다. 아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배우자 도움 없이 체류 연장 등이 어려운 상황이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차별의식 같은 특수성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여전한 가부장적 인식 그리고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경향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폭행으로 인해 타인의 생리적인 기능을 훼손하였거나 육체적, 생리적 건강을 손상시켜 전치 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한 경우에 폭행 및 상해죄가 성립된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처벌을 받고, 상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있다.

명백한 여성폭력이자 아동학대인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은 철저히 조사에 임하고 관용 없는 구형을 해야할 것이다. 가해자에 유독 관대한 나라라는 오명을 씻고, 피해자와 아동들이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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