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트 인 메타버스’展 양숙현 작가

김주현 / 기사승인 : 2022-02-14 11: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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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숙현 작가(사진=작가 본인제공)

“기술과 예술이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그 경계에는 분명히 섞여 있는 지점이 있죠. 그곳이 바로 저의 주 무대이기도 하고요.(웃음)”

 

양숙현(39) 작가는 동시대 기술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세상에 선뵈는 아티스트다. 회화로 시작했지만 이내 캔버스가 가진 제약을 절감했고, 자신의 예술관을 담아 낼 새 그릇이자 소통의 창구로 기술 미디어에 주목했다. 2010년 ‘다빈치 아이디어’를 통해 미디어 아트에 입문한 양 작가는 이후 각종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활발한 작품 전시활동을 펼치며 미디어 아티스트의 입지를 다져왔다. 때로는 거대한 설치물을 통해, 때로는 앙증맞은 웨어러블(wearable) 장치를 통해 기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환경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기술과 예술, 그 사이 어디쯤에 고정되어 있다. 지난 21일 개막한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회를 통해 양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 역시 바로 그 지점이다. 

 

| “기술은 도구가 아니에요…예술 그 자체죠.”

양숙현 작가는 ‘테크(tech)’적인 이미지가 강한 창작자다. 기술적 대상과 기술적 상상력이 주된 영감의 원천이다. “예술가인지 기술자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제법 들었다고. 심지어 그녀가 속한 팀 이름도 ‘전파상’이다. 그 발단은 경험의 밑천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 세대가 그래요. PC방을 놀이터 삼고, 인터넷과 영상매체를 끼고 자랐죠. 그림을 전공했지만, 막상 상상력을 펼치려하니 제가 하려는 이야기가 그림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세대와 경험을 관통하는 매개체가 기술 미디어였으니까요.”

 

단순히 기술을 차용하고 도구 삼는 방식은 성에 차지 않았다. 기술과 예술이 유리되어 있지 않다는 믿음, 기술의 속성에서 예술적 이야기를 포착해내는 시선은 서서히 작가의 세계관으로 굳어졌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포용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피지컬 컴퓨팅부터 프로그래밍까지 가리지 않고 섭렵했다. 책을 뒤져가며 공부하고, 그룹 스터디에 참여하고, 필요하면 유료강좌를 등록하기도 했다. 양 작가는 “미디어 아트가 디지털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는 동시대 기술이 가진 논리구조나 고유한 특성을 온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작가들이 갖는 기술적 한계는 곧 예술적 한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숙현 작가의 슈퍼 크래프트 시리즈 작품 ‘깍지(kkagji, 2017)’. 도구적 사물 관점에서 벗어난 매체적 사물을 통해 기술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사진=작가 본인제공)

 

양숙현 작가가 기술에 푹 빠진 또 하나의 이유는 소통의 수월함이다. 양 작가는 “회화를 하면서 기존 예술 작업의 맥락이 대중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답답할 때가 많았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기술을 이용한 매체는 조금 달랐다. 새로운 기술이 삶을 재단하는 시대를 사는 만큼, 기술은 관객들에게 더 친밀하게 닿는 매개체가 된다. 게임이나 영화의 VFX(Visual Effects‧시각특수효과)는 기술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를 경신해가며 상상 이상의 세상을 선사한다.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알고리즘과 재현 방식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제시할 수 있는 게 양 작가가 생각하는 미디어 아트의 묘미다. 

 


| 기술의 눈에 비친 세상…‘아트 인 메타버스’에서 만나보세요

게임‧영화가 사용하는 표현방식으로 전혀 다른 지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양숙현 작가의 말은 이번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양 작가가 출품한 두 점의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동시대에 생산되는 기술 미디어가 선사하는 새로운 경험의 통로다. 

 

첫 번째 작품 ‘클라우즈 오브 통영(clouds of tongyeong)은 지난해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사전 전시회에서 소개되었던 작품(사운드아트: 신현필)으로, 실제 통영의 소리와 풍경을 데이터화시킨 후 이를 시각화한 작업물이다. 양 작가는 “몰입형 사운드를 활용한 오디오 비주얼 작업으로, 공간을 장악하는 사운드와 압도적인 비주얼이 관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클라우즈 오브 통영(clouds of tongyeong), 2021(사진=작가 본인제공)

 

이 작품을 통해 양 작가가 전하고 싶은 건 “정형화된 틀을 깨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다.

 

“요즘은 핸드폰 사진도 너무 잘 찍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보는 사진은 더 이상 진짜 세상이 아니에요.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 알고리즘이 만든 ‘가장 그럴싸하게 보이는 세상’이죠. 실제(real)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포인트클라우드’라는 시스템을 활용해 컴퓨터가 바라보는 세상을 곧이곧대로 사람들에게 던져주면서,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정형화된 틀을 깨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작품인 ‘OOX에서 온(from the oox)’ 역시 기술의 시각에 초점을 맞춰 고정 관념을 탈피하려는 시도다. 양 작가는 “예전에는 사진이 추억과 간직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록 정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이미지가 정보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컴퓨터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오류(error)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식으로 기술 미디어의 또 다른 지점을 제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OOX에서 온(from the oox), 2020(사진=작가 본인제공)

 

통상 3D공간의 재현이 물리적인 세상을 최대한 닮게 만들거나 오히려 지나치게 화려하게 만드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기계의 시각으로 거칠게 해석한 3D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포토그래매트리’(Photogrammetry‧2d이미지데이터로 기하학적인 3d데이터를 추출하는 것)를 통해 자동 생성된 공간과 ‘포인트클라우드’(Point Cloud‧Lidar센서, RGB-D센서 등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로 만든 기계의 시각이 병치되는 배치가 인상적이다. 

 

| 새 시대의 혼란과 고민…풍성한 예술적 자양분 되길

국내의 아트&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두터운 경험을 쌓아온 양 작가조차 최근 불고 있는 미디어 아트 열풍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콘텐츠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SNS나 산업 분야에서도 미디어 아트가 넘쳐난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웹3.0 등의 핫 키워드에 기존 갤러리 시스템이 들썩이고, 덩달아 작가들까지 들썩이게 만든다. 유명 경매의 현실감 없는 숫자들은 분명 기회를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초조함과 불안함도 일렁인다. 양 작가는 “국내에선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트&테크놀로지, 미디어 아트란 개념조차 모호했지만, 이제는 회화, 설치, 조소 할 것 없이 전 분야의 예술 작가들이 기술 이야기를 한다”면서 “새로운 기회의 시기이면서, 엄청난 혼란의 시기이기도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양숙현 작가가 스스로 본질에 더 집중할 때라고 다짐하는 것도 그래서다. ‘핫’한 기술, 돈 되는 기술에 매몰되기 보단, 그 기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과 기술에 발 맞춰 생태계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밝혔다. 매니징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에 거는 기대가 특별한 것도 그래서다. 양숙현 작가는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작가가 손 댈 수 없는 영역이 늘어만 가는 느낌”이라며 “작가들이 작품 활동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작품이 기억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양 작가의 머릿속은 이미 다음 작업으로 가득 차 있다. 코로나19펜데믹의 영향으로 한동안 영상미디어 작업에만 몰두했던 만큼, 차기엔 설치미술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영상 미디어로 몰렸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러다보니 다양성이 아쉽더라고요. 조만간 하드웨어 작업으로 잃어버린 다양성을 회복할 생각입니다. 또 어떤 기술에 담긴 예술적 속내를 들춰낼지…기대해주세요!”

 

※본 콘텐츠는 '더퍼스트미디어'와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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